조선소 용접 근로자의 위암 산재 승인사례
조선소 용접 근로자 위암 산재 승인사례
"위암도 산재가 될 수 있을까요?" 항암 치료의 고통 속에서 의뢰인께서 조심스럽게 던진 질문은 '반신반의' 그 자체였습니다. 평생을 바친 직장에서 얻은 병이 아닐까 하는 작은 의심과, 개인의 식습관이나 음주 탓일 거라는 자책이 뒤섞인 막막한 심정이었습니다. 본 사건은 청천벽력 같은 4기 위암 진단 앞에서 모든 것을 개인의 탓으로 돌릴 뻔했던 한 노동자가, 과거의 희미한 기억과 용기를 내어 다시 한번 자신의 직업적 삶을 증명하고 끝내 산업재해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Ⅰ. 사건의 배경
사건의 의뢰인은 1970년대 중반부터 2019년까지 조선소 및 수리 조선소에서 용접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기존에 저희 법인과 소음성 난청 사건을 진행하셨던 분으로, 2023년 2월 건강검진 내시경 검사에서 위암 소견 제시되어 대학병원에서 면밀한 검사를 진행하셨으며 안타깝게도 전이성 위암(4기)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Ⅱ. 사건의 쟁점 및 해결방법
매년 수많은 한국인이 위암 진단을 받습니다. 잦은 야식, 불규칙한 식사, 스트레스 등 현대인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위 건강을 위협하고 있으며, 과거 '국민 암'이라 불릴 정도로 흔했던 위암은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여야 할 질병입니다.
의뢰인의 경우 평소 속이 더부룩한 경우가 있었지만 크게 이상을 느끼지 못한 상태로 지내시다가 건강검진을 하면서 암을 발견하셨습니다. 처음에는 본인의 식습관, 흡연, 음주로 인한 것으로 생각하셨다가 예전에 저희와 같이 소음성 난청을 산재로 처리하신 기억이 있으셔서 믿음반 의심반으로 연락을 주셨으며 과거 어떤 일을 하셨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조사가 되어있었기에 이를 토대로 보다 면밀한 재해조사 단계에 돌입하였습니다.
1. 근무이력에 대한 조사
근무이력과 관련하여 소음성 난청의 경우 소음 사업장에서 3년 이상 근무하였다면 산재로 인정될 조건이 충족됩니다.
이와 달리 암 사건의 경우 최소 10년 이상 장기간의 근무이력을 요하며, 여러 사업장에서 근무하였을 경우 사업장 마다 어떤 업무를 하였는지에 대한 세부적인 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근무이력 입증이 쉽지 않습니다.
의뢰인의 경우도 진술상으로는 1970년대 중반부터 계속해서 조선소에서 근무하셨다고 말씀하셨지만 객관적인 자료는 1980년대부터 존재하였으며, 중간중간 근무이력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근무이력에 대한 조사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세부적으로 면담을 진행하였으며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과거 업체의 이름부터 중간중간 비어있는 부분에 대한 내용까지 여러 차례 면담, 법인에 존재하는 유사 사업장 자료, 그리고 필요에 따라 동료분들의 인터뷰를 통해 어느정도 복원할 수 있었으며, 결과적으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의뢰인이 진술하셨던 40년 이상의 종사기간에 대한 신빙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2. 유해요인 증명
위암의 경우 발암성이 인정된 유해요인이 석면, 결정형유리규산, 타이어 생산업 정도로 많지 않으며, 아직까지 제한된 증거로만 인정되기에 유해요인 증명이 쉽지 않습니다.
의뢰인의 경우 석면이 주된 유해요인이었으며 사용한 석면 제품과 석면 함량에 대한 조사, 석면 제품의 취급방식을 통해 실제로 석면에 노출될 수밖에 없던 상황에 대한 설명과 함께 건조한 배의 종류, 작업환경의 특성, 작업방식 및 빈도 등을 통해 노출 정도를 구체화하였습니다.
위암과 같은 소화기계 암의 경우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직까지 ‘장기간’ ‘고농도’의 석면 노출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산재 승인의 가능성이 있기에 보다 치밀하게 준비하였습니다.
3. 헬리코박터균 양성병변에 대한 대응
의뢰인의 경우 산재로 인정받기 어려운 약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양성병변이 확인된다는 사실입니다.해당 인자의 경우 위암의 충분한 근거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위암의 발생을 충분히 개인적 요인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불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의뢰인에게 도움이 되는 소견을 받기 위해 주치의와 면담을 진행하였습니다. 의뢰인의 상세한 직업력을 충분히 설명드리는 시간을 가졌고, 단순히 헬리코박터 양성이라는 사실 외에, 환자의 위암 종류, 발생 위치, 진행 속도 등을 고려할 때 석면 노출이 위암 발생에 기여했을 가능성과 관련하여 유리한 소견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Ⅲ. 사건수행 결과
결과적으로 객관적 용접 기간은 기존 사례에 비추어 상대적으로 짧으나 의뢰인이 주장하는 약 40년의 연속성을 인정받았고, 근무시기나 업무의 특성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준의 석면에 장기간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받아들여졌습니다.
실제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구술심리에서 헬리코박터균 양성병변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주치의로부터 확보한 유리한 소견서 등을 활용하여 개인적 요인으로 인한 발병보다 직업적 유해요인 노출에 대해 무게를 두고 강조를 하였습니다.
업무상 질병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취지와 목적 아래에서 인정되긴 하지만 의학적 부분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결과에 대해 마음을 놓을 수 없었으나 며칠 후 다행히도 공단으로부터 산재 승인 통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산재 인정과 함께 보상과 관련하여 현재까지 휴업급여를 지급받고 계시며, 전이성 위암으로 수술이 어려운 고식적 항암치료 대상이기에 추후에도 지속적으로 휴업급여를 수령하실 것으로 예상됩니다.
Ⅳ. 산재전문노무사 의견
본 사건은 실제 의뢰인분께서 일하신 장기간의 근무이력에 신뢰성 확보, 상당한 정도의 유해요인 노출 인정, 헬리코박터 양성병변이라는 약점의 극복 등 결과가 나오기까지 가슴 졸이며 기다렸던 사건입니다.
사건 시작 전 항암치료 중인 의뢰인분을 만났을 때 질병과 싸우며 힘겨워하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 막막함과 어려움을 알기에 이 사건에 임하는 제 어깨도 무거웠습니다.객관적 자료 확보의 어려움, 복잡한 의학적 인과관계 입증 등과 같은 난관도 있었지만, 재해자분과의 꾸준한 소통과 신뢰 그리고 철저한 법리 검토와 증거 수집 노력을 통해 결국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