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도장 근로자의 파킨슨병 산재 승인사례
조선소 도장 근로자 파킨슨병 산재 승인사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떨려오는 손,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걸음. 40대 중반, 한창 일할 나이에 찾아온 '파킨슨병' 진단은 한 가정의 가장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았습니다. 오랜 기간 조선소의 유해한 분진과 화학물질 속에서 일해왔기에 어쩌면 직업과 관련된 병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원인 불명’이라는 의학계의 높은 벽과 산재 소견서를 써줄 수 없다는 병원의 냉담한 거절은 그 희미한 희망마저 앗아가는 듯했습니다. 본 사건은 시작부터 좌절에 부딪혔던 의뢰인과 함께, 끈질긴 유해요인 증명과 치밀한 상병 분석을 통해 의학적 편견을 넘어 업무 연관성을 인정받기까지의 험난했던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Ⅰ. 사건의 배경
사건의 의뢰인은 2003년부터 PFP 선박도장 업무를 지속하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여러 사업장에서 파워 및 클리닝 작업을 수행하였습니다.
2020년 중반부터 손이 떨리는 증상 및 근력저하증, 걸을 때 오른발이 조금씩 바깥으로 열리는 증상이 있어 대학병원 신경과에서 다수의 검사를 시행하였고 파킨슨병을 진단받았습니다.
이에 의뢰인께서는 오랜기간 조선소에서 근무하시면서 각종 유해물질과 분진에 노출되었다는 사실에 산재여부를 문의하기 위해 법인에 상담을 의뢰하셨습니다.
Ⅱ. 사건의 쟁점 및 해결방법
중증질환 중에서도 폐암, 백혈병과 같이 어느정도 산재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있는 상병이 있는 반면, 파킨슨병의 경우 대부분 특발성으로 질병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상당수이기에 주치의로부터 산재소견서 작성을 협조받는 것부터 쉽지 않습니다.
의뢰인께서도 처음 내원하였던 집 근처 부산의 모 대학병원에서 산재소견서 작성을 거부당하시고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까지 문을 두드렸지만, 역시나 산재소견서를 받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산재를 진행하기도 전에 산재소견서 작성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이 생겨 의뢰인께서 심리적으로 힘들어 하셨지만 공단 지침에 의하면 산재소견서 협조가 어려운 경우 진단서, 입·통원확인서와 함께 대체사유서를 제출하면 사건 진행에 문제가 없기에 이러한 규정을 잘 설명드리고 의뢰인분을 먼저 안심시켜 드렸습니다.
1. 신청상병 분석
파킨슨병의 경우 유해요인을 증명하는데 앞서 상병이 특발성 파킨슨병인지 이차성 파킨슨증후군인지에 대한 구분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두 상병은 원인에서부터 진행 양상, 치료 방법까지 차이가 상당합니다. 두 상병을 구분하는 기준으로는 파킨슨병 치료제인 레보도파에 대한 반응, 상병 발병의 양상, 뇌 MRI 등의 영상의학적 검사 등이 있습니다.
명확하게 두 상병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법인에서는 의무기록 분석을 통해 손의 떨림 및 근력저하 등 임상증상, 영상의학적 검사를 통해 확인되는 소견, 도파민제 복용 시의 증상개선 여부 등을 종합하여 의뢰인의 상병이 파킨슨병보다 파킨슨증후군에 가깝다는 내부적인 결론을 내렸습니다.
2. 유기용제 노출에 대한 증명
파킨슨의 경우 유기용제, 망간 등과의 연관성에 대한 역학연구가 존재합니다.의뢰인은 2003년부터 2020년까지 약 17년 동안 대형 조선소의 협력업체에서 PFP 도장, 파워 및 클리닝 작업을 수행하였습니다. (파워작업이란 선박의 표면을 그라인딩하는 작업이며 클리닝이란 파워작업 이후 선박 표면에 남아있는 유분, 먼지, 오염물질 등을 신나를 사용하여 닦아내는 작업으로 주로 도장 작업 전에 수행됩니다.)
PFP 도장 및 클리닝 작업시 사용하는 페인트, 신나와 관련하여 쉽진 않았지만 여러차례 회사를 설득하여 각 사업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를 확보하였습니다. 현장에서 사용하는 페인트, 신나의 제조사와 구체적인 물질명을 확인하여 어떤 화학물질로 구성되었는지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였고, 작업환경측정결과 자체에 대한 분석을 통해 작업시 노출될 수 있는 유기용제에 대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물질명, 작업시 노출되는 유기용제, 실질적으로 취급한 페인트 및 신나의 용량을 종합하여 의뢰인께서 장기간 조선소에서 재직하며 다양한 종류의 유해요인에 적지 않은 수준으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밝혀내었습니다.
3. 개인적 요인의 배제
파킨슨병과 같은 중증질환의 경우 유해요인에 대한 증명 이외에 가능성 있는 개인적 요인을 배제하는 작업이 요구됩니다.의뢰인은 상병과 관련하여 가족력이 존재하지 않으며, 의무기록상으로 확인된 약물 복용력이나 중추신경계 감염성 질환, 신경질환 및 두부손상경력이 없어 개인적 요인을 충분히 배제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흡연 및 음주의 경우 오히려 파킨슨의 발병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일부 연구결과가 존재하는 만큼 주요한 고려대상은 아닙니다.
Ⅲ. 사건수행 결과
결과적으로 상병과 관련하여 의뢰인은 유기용제 등 이차적 원인에 의한 가능성을 포괄하는 파킨슨증후군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조선소에서 재직하며 유기용제에 지속적이고 복합적으로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상당하였을 것으로 인정되어 공단으로부터 산재 승인 결과를 받게 되셨습니다.
산재 인정과 함께 보상과 관련하여 2020년부터 현재까지 장기간 휴업급여를 지급받고 계시며, 상병의 특성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상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추후에도 지속적으로 휴업급여를 수령하실 것으로 예상됩니다. 40대 중반 일을 그만둘 수 밖에 없던 안타까운 상황에서 얻게 된 소중한 보상으로 그 의미가 더욱 깊습니다.
Ⅳ. 산재전문노무사 의견
본 사건은 상병에 대한 분석부터 유해요인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병원, 회사 측의 협조 등을 얻어내어 진행한 상당히 의미있는 사건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업무상 질병을 밝히는 과정은 작은 증거 하나하나를 모아 인과관계를 입증하고, 궁극적으로 산업재해라는 큰 주장을 뒷받침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작은 증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될 때, 비로소 산업재해로 인정받고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어떤 사건은 한 가정의 생계유지를 위한 경제적 버팀목의 역할을 하며, 오랜 기간 헌신한 근로자의 노고를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의미를 가지기도 합니다. 사건을 맡겨주신 근로자분들의 상황은 제각기 모두 다르겠지만, 그 사건을 위임받은 노무사는 그 책임감을 어떤 무게보다 무겁게 여겨야 합니다.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인 의뢰인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어려움을 진심으로 공감하며,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최대한 활용하여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