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이 지나 사라진 소음 기록, 어떻게 찾아냈을까?
5년이 지나 사라진 소음 기록, 어떻게 찾아냈을까?
5년이 지나 사라진 소음 기록, 어떻게 찾아냈을까?
수십 년간 시끄러운 공장에서 일하다 청력을 잃었지만, 너무 오래전 일이라 소음 수준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회사는 법적 보관 기한인 5년이 지나 자료를 폐기했다고 하고, 공장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일 수 있습니다.
오늘은 과거 작업장의 소음 노출 증거가 사라진 막막한 상황 속에서도, 특별한 방법을 통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하여 소음성 난청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은 한 주물공의 사례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Ⅰ. 사건의 배경
의뢰인은 1970년대부터 2019년까지 긴 세월을 여러 주물 공장에서 근무하며 쇳물을 다루는 일을 해오셨습니다. 용광로의 굉음과 금속이 부딪히는 소음 속에서 일하는 동안 의뢰인의 청력은 서서히 나빠졌고, 결국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의뢰인이 근무했던 대부분의 사업장은 이미 오래전에 그만둔 곳이라, 당시의 소음 수준을 증명할 방법이 없어 산재 신청을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Ⅱ. 사건의 쟁점 및 해결방법
1. 쟁점: ‘5년’의 벽, 사라진 소음 측정 자료
이번 사건의 가장 큰 걸림돌은, 소음성 난청 산재 인정의 핵심 증거인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를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작업환경측정 결과를 기록한 서류를 5년간 보존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5년이 지난 자료는 사업주가 합법적으로 폐기해도 문제가 없다는 뜻입니다. 의뢰인처럼 수십 년에 걸쳐 여러 사업장을 옮기며 일한 경우, 과거 사업장의 소중한 증거 자료가 이미 사라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2. 해결방법: ‘정보공개청구’로 숨겨진 기록을 찾다
사업장에 자료가 없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접근은, 시야를 넓혀 국가 기관에 흩어져 있는 기록을 찾아내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지만,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전산 시스템이 구축된 2002년 이후의 전국 사업장 작업환경측정 결과 자료를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는 연구 및 정책 수립 목적으로 수집된 매우 중요한 국가 자산입니다.
이 숨겨진 데이터베이스를 열람할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정보공개청구’ 제도입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의뢰인이 과거에 근무했던 사업장의 작업환경측정 결과를 요청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비록 회사는 자료를 폐기했지만 국가 기관에 보관되어 있던 과거의 객관적인 소음 측정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확보된 자료에는 의뢰인이 수행했던 용해 작업, 조형 작업, 탈사 작업 등에서 발생한 구체적인 소음 수치가 기록되어 있었고, 이는 의뢰인이 기준치 이상의 소음에 장기간 노출되었다는 사실을 명백히 증명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습니다.
Ⅲ. 사건수행 결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객관적인 작업환경측정 결과 자료를 바탕으로, 의뢰인의 장기간 소음 노출 사실을 입증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위원회는 의뢰인의 소음성 난청을 업무상 질병으로 최종 승인하였습니다.
Ⅳ. 산재전문노무사 의견
이번 사례는 산재 입증의 과정이 때로는 법률적 지식뿐만 아니라, 필요한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합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에 달려있음을 보여줍니다. 사업주의 서류 보존 의무 기간인 ‘5년’이 지났다는 사실이 결코 끝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국가가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나의 권리를 찾아낼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사라진 줄 알았던 과거의 기록을 찾아내어 현재의 고통을 증명하는 것, 그것이 바로 근로자의 곁에서 함께 길을 찾는 전문가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